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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CEO 교체의 기대와 우려
Date : 2010-09-27
[신문로]CEO를 교체하는 이유

LG전자가 전격적으로 CEO를 교체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저조한 실적이 계속되자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정기주총도 아닌 시기에 그룹 총수의 친동생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다급함과 결연함을 느끼게 한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을 보여 왔던 최고경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구본준 부회장은 전자와 화학, 반도체 사업 등을 두루 경험했다.또 LG필립스LCD의 CEO로 재직할 땐 필립스의 투자를 이끌어 낸 뒤 공격적 경영을 통해 단기간에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 데는 그의 경영능력 외에도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점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없다면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장이 CEO 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회사의 현 상황과 구 부회장의 위상을 감안할 때 그룹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의 최고경영자 교체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낳고 있다. 이번 교체의 직접적 원인이 실적부진이라면 그 원인의 제공자는 애플이다. LG전자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의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대부분 애플의 공습에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휴대폰 시정점유율 세계 1위인 노키아는 40대 중반의 MS 출신을 CEO로 영입하는 극단적 처방을 했다. 145년 노키아 역사상 핀란드 이외 지역 사람이 CEO를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노키아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LG전자 구본준호 기대와 걱정

삼성전자도 복귀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을 무릅쓰고 이건희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노키아나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의 항로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기존 전략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추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CEO로 영입한 스테펀 이롭이 MS에서 오피스 프로그램 사업을 이끌어 온 소프트웨어 전문가라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 쇼크 이후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소프트웨어 강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도 기본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남 용 부회장은 그동안 회사를 기술 기반의 제조회사가 아닌 마케팅회사로 바꾸기 위해 애를 써 왔다. 또 외국인 임원을 대거 영입하고 영어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업무 표준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에 주력해 왔다. 단지 그는 신규투자를 통한 사업의 확대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 더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런 전략은 조직과 사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하는 약점을 배태했다.

남 용 전 부회장의 이런 전략은 기본적으로 그의 경영방식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 갖고 있는 권한의 한계도 이런 전략을 채택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구본준 체제는 이런 한계를 상당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 부회장은 IT회사들의 세계적 조류에 덜 익숙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가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쳤지만, 대부분 기술과 장치 중심의 제조회사였다. 최근 글로벌 IT회사들은 대부분 콘텐츠 디자인 마케팅 브랜드 중심의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구 부회장 체제의 LG항로는 남 용 전략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본준호의 항로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섣부른 전략수정 위기 불러

CEO 교체의 핵심 이유는 전략 변화의 필요성이다. 단지 최고경영자를 바꾸는 것이라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까지 극단적 처방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전략변화에 대한 준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만약 준비가 부족하다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차라리 조금 더디더라도 기존 전략을 검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써야 한다. 전략의 섣부른 수정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내일신문 20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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