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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까
Date : 2016-05-18

[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까

‘모험’ 권하는 자기계발서의 함정…성과·보상 없으면 지속 불가능

(한경비즈니스 제1068호 2016-05-16)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잘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자기계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고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직장 생활의 즐거움이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이 말은 커리어 관리의 금언이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상을 박차고 떠난 사람들은 행복할까. 즐겁게 일하며 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필자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산다. 세상 경험을 많이 한 중년도 마찬가지다. 책이나 미디어에서 접한 내용만 갖고 혹은 남의 얘기만 듣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참 어렵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으려면 현장에서 부닥쳐 체감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라고 믿었던 일 가운데 예상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게 많기 때문이다. 막상 뛰어들어 부닥쳐 보면 실상 너무 다른 게 많다.

 

최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원하는 삶을 찾아 제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여유를 즐기며 살겠다고 과감하게 짐을 싼 사람들이다. 2010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제주 이주민들은 벌써 16만 명을 훌쩍 넘어 제주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0%는 서울과 수도권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제주도 이주’가 좋기만 할까

 

그런데 ‘제주, 살아보니 어때?’의 저자 홍창욱 씨는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의 삶이 행복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제주의 집값과 땅값이 최근 천정부지로 뛰면서 안정된 주거 공간을 구하기가 서울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게다가 제주는 전국에서 임금이 가장 싼 곳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그렇게 꿈꿔 왔던 여행지나 휴가지로서 여유를 즐기려면 쉴 새 없이 땀을 흘려야 한다. 제주엔 동네 골목마다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치킨집보다 더 많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여행 비수기에 들어서면 이들 숙박 업소와 카페 주인들은 막노동이라도 해야 한다.

 

홍 씨는 제주로 이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제주도에는 로망뿐만 아니라 냉혹한 현실도 있다”고 말한다. 제주라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없을 리 없고 여행지가 아닌 생활지로서 제주도의 삶은 대도시 일반인들의 삶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기대에 부풀어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뛰어든 사람들은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요즘 봉사 단체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런데 유엔·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이 잘 알려진 국제기구나 국제기구 산하의 봉사 조직에는 자리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알려지지 않은 종교 단체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국제 봉사 기구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이들은 “왜 그곳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려고”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몇 달, 길어야 2~3년 안에 그곳을 떠난다. ‘봉사’와 ‘국제’라는 키워드를 보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는데, 막상 그곳에서 접하고 씨름해야 했던 키워드는 다른 것들이었던 모양이다.

 

하고 싶은 일을 꿈으로만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오랫동안 해서 익숙해진 일이 아니라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대부분이 손에 익지 않아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재미있을지 몰라도 성과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야기했던 제주 이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대부분은 대도시에서 하던 일을 접고 제주도에서 숙박업이나 카페를 한다.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싫어 그럴 수 있고 제주도라는 환경에서 더 이상 하던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숙박업이나 카페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그 일을 잘해 내지 못한다. 당연히 성과가 부진하다.

 

문제는 이렇게 잘하지 못하고 성과가 부진한 일을 계속하면서 행복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기쁨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기쁘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쁨은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일시적 감정이지만 행복은 오랜 시간 동안 특별한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다. 행복은 순간적 감정이 아닌 장기간 지속되는 기분이다. 그만큼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면 일시적으로 즐거울 수 있지만 잘하지 못해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행복하기 어렵다.

 

우리가 하는 일의 경제적 보상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부자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하지만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은 불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수준이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도 경제적 궁핍에서 초래되는 불안정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하려면 일정한 수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도 이주민이나 종교 단체가 설립한 국제 봉사 기구로 옮긴 사람들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도 그들이 일을 통해 얻는 경제적 보상이 자신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 그것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지, 잘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고 고민 끝에 뛰어들어도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바꿔야 할 것은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려면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해, 굶지 않아.’ 2014년 출간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학력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한 7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 못지않은 스펙의 소유자인 이들은 웹툰 만화가, 노동운동가, 빈민 운동가, 생활협동가 등으로 남들이 보기에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할 때 전제 조건은 책 제목처럼 굶지 않는 경제적 수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눈높이를 완전히 낮춰야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높이를 낮추는 데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사명감이나 책임감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여러 어려움들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지루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정말 행복할까,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걸까. 

 

섣부른 결론일 수 있지만 필자는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과도 나고 성취감도 느끼고 행복하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잘할 수 있고 성과도 나고 보상도 있고 의미도 있는 그러면서도 스트레스가 적은 꿈의 직업이 과연 존재할까.

 

꼼꼼히 따져 보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할 때 일의 내용이 아니라 방식을 염두에 둘 때가 많다.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해 하기 싫다고 느끼는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나 비전, 업무 프로세스, 조직 구성원들과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우선 바꿔야 할 것은 일이 아닌 일의 방식이나 문화,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이다. 직장이지 직업이 아닌 셈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만들어 가는 것

 

물론 때로 하고 있는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살다 보면 한 번쯤 곁눈질할 수 있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취미로 하면 된다. 

 

필자는 ‘행복한 직장’에 대한 얘기는 종종 듣지만 ‘행복한 직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일하느냐 하는 것이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게 많다. 하기 싫은 일도 계속하다 보면 의외로 괜찮을 바뀐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그 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해 내고 그래서 성과가 나고 평가가 좋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행복도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원문보기] [한경비즈니스-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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