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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세상에 적당히 해서 되는 일이 있을까
Date : 2016-09-29

 

[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세상에 적당히 해서 되는 일이 있을까

자기 계발은 ‘나’ 만을 위한 게 아닌 ‘나와 회사’를 위한 게 돼야 

직원과 기업은 운명을 같이한다... 스스로를 위해 뛰어라

(한경비즈니스 제1087호 2016-09-28)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가끔 책이나 글에서 직장인들에게 ‘적당히 일하라’고 조언하는 것을 보게 된다. 죽기 살기로 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자기 삶만 피폐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대충 일하고 남은 시간을 즐기라’고 강권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어차피 좋아하지 않는 일을 돈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잘릴 때까지 다니되 잘리기 전까지는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일하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장과 인생에서 모두 성공하려면 직장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직장에서도 노는 것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바람에 미래를 준비할 여력을 상실하는 바보가 되지 말고 ‘받는 만큼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절대 일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하고 회사에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직장에서 성공했지만 인생에서 패배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상에 적당히 일하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존재할까. 요즈음처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가늘고 긴 직장 생활이 가능할까. 

만약 이런 회사가 있다면 십중팔구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열악할 것이다. 대충 일하니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적당히 일하고도 많은 연봉과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이 계속 주어지고 있다면 그 회사는 머지않아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신의 직장’은 없다.

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여겨졌던 KT는 2014년 한 해 동안 3만2000명의 직원 가운데 9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KT가 이렇게 ‘무지막지’할 정도로 심하게 감원한 것은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의 존속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경쟁력이 약해졌다. 당시 KT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경쟁 회사인 SK텔레콤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조선과 해운 관련 회사들 역시 오랫동안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많은 연봉과 풍족한 복리후생에 정년 보장까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회사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고 직원들은 줄 지어 회사 문을 나서고 있다. 연봉이나 복리후생 문제는 차치하고 고용 안정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 회사가 위기에 처한 것은 기본적으로 업황이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폭풍우가 몰아닥치는 바람에 난파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 폭풍우가 지나갔다고 모든 배가 침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배는 폭풍우를 뚫고 목적지로 항해한다. 이런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평상시 배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기상의 변화에 빠르게 대비한다. 반면 폭풍우에 침몰하는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기상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배에는 적당히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에 적당히 일하면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을까. 제대로 된 회사라면 그런 직장인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직원들이 그렇게 일하는 회사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경영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를 외치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이 회사를 세워 경영할 때도 ‘적당히’와 ‘잘리지 않을 만큼’을 고수할까. 그들도 ‘받는 만큼 일하고’ ‘대충 일하면서 남는 시간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을 고용하려 할까.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직장 생활을 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사업을 해 본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그렇게 일해도 회사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직장인들과 직장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여전히 이런 주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30대 직장인들 가운데 아직도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들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하지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편하고 쉬운 일인 경우가 많다. 쉬우니까 편하고 쉽고 편하니까 좋아할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쉽고 편한 일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그 일을 하는 게 쉽거나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막상 일할 때 불편한 상사나 동료들과 부닥칠 수 있다. 

일이 좋다고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일도 회사도 좋지만 상사와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다’고 이직 사유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람과 관계만 어려운 게 아니다. 고객이나 업무 환경이 원하는 것과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금의 기업 환경은 ‘쥐어짜도’ 모자란 수준

적당히 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 배경에 ‘기업과 직원은 별개의 존재’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발전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 때문에 ‘열심히 일해 봐야 회사만 좋지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이런 시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되지 그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받는 것보다 더 적게 일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기업과 직원은 연관성이 별로 없을까.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기업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모여 일하는 곳이다. 따라서 기업 오너나 경영자들이 공동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그 기업은 존속하기 어렵다. 

우리는 오너나 대주주의 이익만 추구하다 경쟁력을 잃고 퇴출당한 기업들을 수없이 목격한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사람인데 특정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인재가 모일 리 없다. 어떤 기업이든 유능한 직원들이 들어오고 머무르지 않으면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적자 상태의 기업이 많고 흑자 기업도 이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법인 514개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기업의 16%가 적자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683개 기업 가운데 31% 기업이 적자였다. 상장된 기업이 일반 기업들에 비해 우량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업들이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이 내는 이익도 그리 많지 않다. 거래소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7.82%, 순이익률은 5.87%였다. 1000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78원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실제 손에 쥔 것은 59원이라는 뜻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이익 구조는 더 취약해 영업이익률은 5.49%, 순이익률은 3.85%에 불과했다.

이렇게 기업들은 손익을 맞추기에 급급하다. 조금만 삐끗하면 순식간에 적자가 날 정도로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다. 한 번 적자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임직원들이 ‘받은 만큼 일하겠다’거나 ‘놀면서 적당히 일하면 된다’는 태도로 업무에 임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당히 일하는 직원이 많다면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창조하고 쌓고 키우는 즐거움을 누려라

우리가 직장 생활에 대해 진지해져야 하는 것은 직장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적당히 일한다는 생각은 직장의 주인은 오너나 경영자이고 나머지는 손님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우리가 손님처럼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창업하거나 공무원이 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오너가 아닌 이상 직장 생활에서 손님 신분을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도 자신을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직원들이 회사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직장의 주인은 오너나 경영자만이 아니다. 만약 오너와 경영자만 주인이라면 기업이 성장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에너지는 오너나 경영자만 만드는 게 아니다. 임직원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내가 적당히 일하면 기업이라는 공동체는 손상되고 기업에 기반 한 국가 경제의 건강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 기업에서 같이 일하는 몇 명부터 몇 십만 명의 직원들, 그 회사와 연결돼 있는 수많은 회사들, 회사 직원들의 가족과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적당히 일하라’는 조언은 너무도 말초적이고 이기적이다.

나는 직장에 올인하는 바람에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시각일 뿐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직장은 돈 버는 곳일 뿐이며 직원은 절대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는 늘 직장 밖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에게 일과 삶, 생산과 소비는 철저히 분리돼 있다. 직장은 생산만 하는 곳이고 생산은 노동일 뿐 즐거움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비처가 별도로 필요하다.

그러나 즐거움은 소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생산에도 성취하고 성장하고 주도하는 쾌감이 있다. 창조하고 만들고 쌓고 키우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생산은 노동이고 즐거움은 소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만 보고 열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특히 30대 직장인들에게 만들고 쌓고 키우는 것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넘어 자기 계발과 실현 과정이다. 이들에게 직장 생활에서 얻는 가치와 즐거움은 직장 밖에서 얻는 것들 못지않다. 그러니 직장 생활은 절대 적당히 할 수 없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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