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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도 빌려 쓰는 ‘온디맨드’ 시대_자문부터 코칭까지…C레벨도 필요할 때만
Date : 2023-03-24

# 금융 대기업 C사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뱅킹 외 다른 서비스를 추가하려는데 내부 개발 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혀서다. 서비스 하나 만드는 데 별도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다. 그렇다고 핵심 모바일 앱 개발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하던 C사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후 판교 IT 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했던 전문가 A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A씨는 C사에서 해당 서비스 개발을 두 달 동안 진두지휘했다. 그러는 동안 틈틈이 내부 직원 교육도 책임졌다. 두 달 뒤 A씨는 C사에 서비스전문팀을 꾸려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났다. C사는 A가 만든 플랫폼을 활용해 무사히 스마트뱅킹 앱 확장을 마쳤다.

“경험은 결코 늙지 않아요. 결코 시대에 뒤처지지 않아요.”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의 명대사다. 영화에서는 전화번호부 회사 부사장으로 은퇴한 ‘70세 어르신’ 벤 휘태커가 30세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줄스 오스틴의 인턴비서로 일하며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다. 벤은 오랜 기간 임원으로 일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줄스에게 자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C레벨(CEO·COO 등) 임시 고용이 최근 기업 경영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 기업의 단기 수요에 맞춰 외부 인재를 소싱해주는 ‘온디맨드 인재(Talent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덩달아 늘어나는 모양새다.

온디맨드 방식은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프리랜서로 업무에 투입하는 인재 활용 방식이다. 물론 기업이 유능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는 건 흔한 일이다. 그동안 자문은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또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그간 IT 개발직군이나 디자인 등 특정 분야에서 프리랜서를 매칭해주는 사업이 주를 이뤘다.

반면 온디맨드 방식은 경영, 신규 프로젝트 총괄 등 보다 고급 직무에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이 단기 투입된다는 점에서 자문이나 긱 이코노미와 구분된다. 경영 현안을 놓고 경영진 판단을 돕는 비즈니스 자문역,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컨설턴트는 물론, 경영권 이양 시기에 필요한 단기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뿐 아니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범위가 넓다.

C레벨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단기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커리어케어가 운영하는 ‘디앤서’ 서비스. (디앤서 화면 갈무리)

C레벨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단기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커리어케어가 운영하는 ‘디앤서’ 서비스. (디앤서 화면 갈무리)



‘C레벨 알바’ 왜 필요해졌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자문 역할

채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인재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최근 기업마다 전문 리더가 부족한 현상과 맞물린다.

기업 입장에서 ‘인재 고용’은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기업마다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업무가 다양해지면서 프로젝트 단위 일감이 늘어난다. 하지만 관련 리더를 미처 육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 번도 경험 못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내부 발탁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같이 규모 작은 회사는 이런 고민이 더욱 크다. 새 프로젝트를 총괄할 만한 마땅한 인재가 없어서다. 그렇다고 몸값 높은 고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프로젝트 기간이 보통 1~3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1년 계약직으로 뽑자니 채용 기간이 너무 길고 인건비가 부담스럽다. 단기 컨설팅은 꾸준한 자문을 얻기 힘들어 프로젝트 중반에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민의 해결책으로 각광받는 게 온디맨드 방식이다. C레벨 인력을 잠시 초대해 단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정규직 실무자를 교육하는 역할을 맡기는 방법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만 자문 서비스를 받는 만큼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해고 부담이 없다. ‘하루 1~2시간’씩 시간 단위 고용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극소수 고급 인재의 ‘시간’을 여러 기업이 나눠 활용하는 셈이다. 그래서 온디맨드 방식은 기업이 조직과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C레벨 인재들 역시 한 기업에만 남아 있지 않는 추세다. 과거 기업이나 그룹에 충성하는 사람이 임원에 발탁됐지만 이제는 성과 높은 경쟁사 임원을 영입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온디맨드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 ‘디앤서’에서는 채용 시장이 인재를 ‘보유’하는 관점에서 ‘이용’하는 관점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디앤서를 운영하는 커리어케어의 박선정 본부장은 “온디맨드 방식은 고급 전문 인재를 원하는 시간 동안만 합리적인 예산으로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고, 절감한 예산은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뛰어드는 기업, 향후 전망은

성장성 높지만…‘진입장벽’ 크다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HR 업체들도 온디맨드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분위기다. 인사 관리 플랫폼부터 헤드헌팅 회사까지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2곳이다. ‘탤런트뱅크’와 ‘커리어케어’다.

교육 업체 휴넷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탤런트뱅크는 온디맨드 서비스의 ‘시초’ 격으로 불린다. C레벨 전문가들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플랫폼에 전문가를 등록, 프로젝트 수행 가격과 전문가 경력을 상세하게 기술해놨다. 기업은 원하는 전문가가 있으면 상품을 결제만 하면 된다. 이후 탤런트뱅크 측에서 바로 전문가를 파견하는 식이다. 다양한 상품 중에서 이커머스몰 구축을 원하는 유통 기업, 2세 승계를 위한 재무·세무 자문이 필요한 기업 등을 겨냥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는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 ‘디앤서’를 시작했다. 경영 자문부터 성과 코칭 그리고 프로젝트 수행 등 상황에 맞는 C레벨급 전문가를 주선한다. 실무자급 수준 전문가도 파견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커리어케어는 ‘임원급 전문가’만 중점적으로 추천한다. 커리어케어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기업들이 C레벨 임원급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문을 넘어 단기간 동안 팀의 기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원하는 수요도 상당했다. 이에 착안해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C레벨 온디맨드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를 원하는 수요는 넘치는데 현재 전 산업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을 보유한 C레벨급 인재풀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인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사람을 뺏고 뺏기는 일이 계속된 지 오래다. 단순 채용만으로는 인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성장성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점은 문제로 꼽힌다. 우선 인재 확보가 쉽지 않다. 고급 인력 채용 시장에서 데이터를 쌓아온 기업이 아니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C레벨 인재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실무자급 채용에 특화된 국내 HR 플랫폼 기업이 임원급 온디맨드 서비스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높은 수준의 CEO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실무자급 인력 확보보다 훨씬 어려운 일로 꼽힌다.

위험 요소도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HR 매칭 플랫폼이나 헤드헌팅은 인재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선에서 끝이 난다. 채용 이후에 발생하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기업의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를 맡긴다. 플랫폼 매칭 업체에 높은 책임감을 요구한다. 추천해준 전문가의 실수로 손실이 발생하면, 전문가를 추천한 업체에 손실 보상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단순 인재 추천 사업보다 위험도가 높고, 비용 부담도 크다.

HR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전문가를 연결해주면 될 거라는 생각에 일부 HR 관련 업체들이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많이 봤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지만, 진입장벽도 상당한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작   성 | 매경이코노미 반진욱 기자 

출   처 | 매경이코노미 2023-03-20


[기사원문] [매경이코노미] CEO도 빌려 쓰는 ‘온디맨드’ 시대_자문부터 코칭까지…C레벨도 필요할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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